새로운 보금자리로 이동
인터넷을 통해 알게된 인연, 그리고 Magnolia 생활
2022년 7월 취업이 확정된 후 기존에 살던 학교 주변 주택에서 1년을 더 살지 고민을 하던 차에(주변에 homeless가 많고 방이 작아서 매우 저렴한 곳이었다) 아마존 마케팅 팀에서 일하던 유투버 형으로부터 자기 집에서 같이 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일단 연말까지 같이 사는 조건이었는데 형과 같이 지내는 것도 맘에 들고 시간을 가지고 집을 찾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형과 함께 Magnolia라는 동네에서 약 5개월을 같이 살게 되었다. 2021년 초에 이 형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이후 취업하기까지 수차례의 조언과 실질적 도움을 정말 많이 주셨고, 이번엔 주거까지 해결해주는 어미새 같은 존재가 될 줄은 그땐 몰랐다.
형이 운영하는 Career School과 미국팔촌 채널, 많관부!!
형이 사는 Magnolia라는 동네는 시애틀 서쪽에 있는 전통 부촌인데 몇개월 살아보니 살기 좋은 동네라는 것이 느껴졌다. 동네가 전반적으로 잘 정돈되어 있고 Magnolia Park 쪽으로 가면 아름다운 시애틀 전경이 펼쳐지며 주민들도 굉장히 친절한 편이었다. 미국인들이 왜 gym이 아닌 밖에 나가서 조깅을 하는지 이해가 갔다. 형도 미국와서 초반에 많은 고생을 하긴 했지만 어쨋건 지금은 big tech 회사에서 완전히 적응해서 승진도 하고 안정적인 보금자리까지 마련해서 사는 모습이 매우 보기 좋았다.
이렇게 넓은데 이가격??
연말이 다가오면서 형과 헤어질 준비를 해야했다. 우리회사는 100% work from home이 가능해서 일하기 편한 집을 구하는 것이 중요함에도 귀차니즘 때문에 열심히 찾아보지는 않았다. 매일 밤 자기 전 혹은 출퇴근 시간에 Zillow 앱을 열어서 Seattle 내 South Lake Union, Queen Anne 등의 지역에 가성비 좋은 매물 없나 눈팅 하는 정도로만 찾아보았지 직접 방문 예약은 하지 않았다. 그러다 시애틀 옆 벨뷰라는 도시에 저렴한 매물이 올라왔고 이건 한번 보러가야겠다 싶었고, 카타르 월드컵 16강 브라질 전이 끝나고 아픈 마음을 달래면서 벨뷰로 향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받은 인상은 “넓다, 밝다” 였다. 개인적으로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최소 크기는 10평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긴 20평이 넘을 뿐만 아니라 집 구조도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발코니도 있고 채광도 좋아서 당장 계약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Tour가 끝난 후 다음날 Queen Anne 지역에 다른 매물을 둘러 본 후 application을 넣었는데 그사이 이미 한사람이 선수를 쳤고, 보증금 입금만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땐 정말 아쉬웠는데 이틀 후 선수친 사람이 계약을 취소를 했다는 소식을 받아 기쁜 마음으로 바로 보증금을 보냈다.
좌충우돌 이사
집은 계약이 되었지만 위 사진을 봐서 알겠지만 가구가 하나도 없었다. 그날 이후 근무 시간 이외 모든 시간을 거의 갬성 집 꾸미기에 쏟아부은 것 같다. Interior 관련 유투브 채널을 찾아 보면서 요즘은 Japandi(a fusion of Japanese and Scandinavian minimalist design) 디자인이 유행이란 것도 알게되고…그리고 가구가 정말 비싸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유투버들이 추천하는 인테리어처럼 꾸미면 그나마 몇개월 모은 돈을 다 써야 했다. 예쁜 것도 좋지만 돈도 모아야 하기에 페이스북 Marketplace라는 중고거래 섹션에서 살만한 가구/가전이 있는지 매일 체크했다.(내가 모르는 사이에 페이스북도 여러가지 시도를 하고 있었단 걸 깨달았다.) 현재 차가 없기도 하고 이사할 짐이 많아서 uhaul이란 업체에서 Cargo Van을 빌리고, 중고가구 거래자들과는 12월 17일에 픽업하러 가겠다고 약속했다.
17일 아침, 일기예보에 없던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고 아침에 집에서 가까운 uhaul 지점으로 가 Van을 받아 나왔다. 처음 받았던 Van이 주차장에서 도로로 나가기 직전에 가스가 없어 멈췄는데 내잘못인 줄 알고 매우 당황했다(도로에서 멈췄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차가 멈춘 덕분에 더 좋은 Van으로 배정 받았고 30분 정도 지나니 Van 운전도 익숙해졌다. 그날은 이 Van 하나로 이케아도 들리고 중고물건 픽업하느라 시애틀 주요 지역을 모두 돌아다닌 것 같다. 나중에 영수증을 보니 1박2일 동안 170마일(273 Km)을 돌아다닌 걸로 나왔다. 운전한 거리도 멀고 원래 당일 렌트였는데 하루를 넘겨 일요일 아침에 return을 해서 엄청 비싼 렌트가격을 지불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저렴하게 나왔다.
이사만큼 어려운 이사짐 정리
원래 계획은 17일 토요일에 모든 짐을 옮기고 18일 일요일에 가구조립 및 집정리를 하는 것이었으나 짐 옮기는 작업이 하루를 넘겨 일요일 오전에서야 끝났고, 토요일에 밤 11시 넘게까지 운전하고 무거운 짐을 옮기니 지쳐서 일요일은 그냥 쉬었다. 예전 같으면 무리해서라도 일요일에 끝냈을텐데… 요즘은 왠만큼 중요한 일이 아니면 목숨 걸지 않는 것 같다.
그후 다음주인 21일부터 퇴근 후 새집으로 가서 이사짐 정리를 시작했다. 가구 하나하나가 얼마나 무거운지 A에서 B 지점으로 옮기는 것도 벅찼다. 특히 소파 조립할 때 힘들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케아 가구조립 시에는 첨부된 조립 순서 그대로 따라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다. 한번 실수하면 비싼 가구 하나 날려먹는다 .
일주일 가량 이사에 시간을 투입하면서 느낀 점은
- 혼자하면 너무 힘들다. 친구의 도움을 빌리자.
- 트럭을 빌리는 것이 시간과 돈을 아끼는 길이다.
-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아이템 이외에 나머지 가구/가전은 중고로 대체하자.
- 로봇청소기 너무 편하고 내 생각보다 훨씬 똑똑하고 청소도 잘해준다.
주변 친구와 집주인 형의 도움 덕분에 효과적으로 이사를 끝냈고, 중고물품의 적절한 조화(?)를 통해 나름의 갬성을 살려서 조금은 뿌듯하다. 이제 한동안 여기서 이사가긴 힘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