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일 출근 길, 주가, 그리고 기대하지 않던 뉴스

2023년에 접어 들면서 팀회의 시간도 늘어나고, on-call rotation에도 참여하게 되었으며, 다소 중요한 과제도 부여 받게 되었다. 우리 팀 그리고 회사에 대한 contribution 요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비해 나의 퍼포먼스는 따라가질 못하고 있어서 매일 스트레스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얼른 새로운 기술을 catch-up 하여 적용하고 싶은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코드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는지도 잊어버리게 된다.

On-call rotation이 아침 7시에 시작하기에 연초부터 최대한 일찍 일어나 데스크 앞에 앉아 있는 걸 목표로 살고 있다. 2월 1일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회사로 가는 550번 버스를 기다리면서 주식 앱을 켜봤는데 일반적으로 잘 안오르는 우리회사 주가가 오늘은 무슨 일인지 pre market에서 2% 이상 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일인가 의아해서 회사이름을 검색해봤는데 회사에서 layoff를 발표했다는 뉴스가 보였다. “아…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 여기서 짤리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내 머리 속을 뒤덮기 시작했다.

Facebook을 시작으로 Amazon, Microsoft, Google 등 빅테크 기업에서 해고당한 수많은 인재를 두고 이제 고작 6개월된 개발자를 어느 회사에서 뽑아줄까… 그리고 코딩테스트 준비도 다시 하려니 눈앞이 깜깜했다. 어떻게 들어온 회사인데… 6개월만에 정리해고 될 수 있단 생각이 머리 속을 지배하였다.

아침 팀 회의 소집

9시가 되자 팀장님이 팀 회의를 소집했다. 우리팀 주니어 한명 한명 지금 심경이 어떤지 물어봤고, 그간 매일 팀회의를 하면서 output을 내고자 했던 이유가 우리팀이 회사에 가져다 주는 value를 문서화하고 증명하기 위한 작업이었다고 알려 주었다. 그리고 회사에서 아침에 해고대상자가 포함된 팀장들만 따로 줌 미팅 초대장을 보냈는데 자신은 아직 초대를 못받았기에 우리 팀원들은 전부 안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면서, 12시반까지 해고대상자들에겐 따로 이메일이 갈 것이라고 알려 주었다.

팀 회의가 종료되고 업무를 하려고 하는데 사실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최근 layoff로 직장을 잃은 지인들도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나 자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단 공포가 엄습했고, 특히 이번주에 팀장님 질문을 못알아 들어 대답도 잘 못한 적도 많고 팀회의 시간에 프로그래밍 기초에 관련 질문들도 대답을 잘 못해서 스스로 자존감이 낮아진 상황이라 더 불안감이 컸다. 메일함에 password “expire” notification 이메일이 왔을 땐 “expire” 글자만 보고 나도 해고된 줄 알고 갑자기 몸이 얼고 오싹해졌다. 어짜피 앉아 있어봐야 일도 손에 안잡히고 가슴도 답답하여 잠시 밖에 나가 바람도 좀 쐬고 두블럭 거리에 있는 한인마트에 가서 쿠크다스를 사와 오피스에 출근한 동료들과 나눠 먹었다. 스트레스 받으니 왠지 평소에 마시던 아메리카노도 더 텁텁하게 느껴져 달달한 쿠크다스가 땡겼나보다… 나에겐 정말 끔찍한 하루임에도 하늘은 너무나 맑고 도시는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Goodbye messages

오후가 되자 Slack 채널에서 layoff된 직원들이 하나 둘씩 글을 남기기 시작했다. 회사 다닌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았고 재택 근무하는 직원들도 많아(회사는 100% 재택을 허용하고 있다) 모르는 이름들도 있었지만 종종 점심 먹었던 동료들 이름도 하나둘씩 보였다. 그중 나와 비슷하게 거의 매일 회사를 나와 꽤 자주 점심을 같이 먹었던 동료가 자신도 짤렸다고 글을 남겼을 때 정말 충격을 받았다. 그분은 Microsoft에서 무려 15년을 일하고 우리회사로 이직한 분이었는데 이틀 전에 점심 먹으면서 나한테 회사생활 조언까지 해준 분이었다. 타 회사와 비슷하게 우리회사 또한 개인 퍼포먼스보다는 대부분 부서 단위로 layoff를 단행한 것 같았다. 시애틀 오피스가 주축으로 있는 한 부서가 통째로 날라갔다.

앞으로 3년

입사 후 가장 긴 하루가 끝나고 다행이 해고통지는 나를 비껴갔다. 내가 안짤려서 다행이다란 생각, 해고당한 동료들에 대한 왠지모를 미안함 등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도높은 비용관리로 net loss 규모를 7~10배 수준으로 줄였고, 4Q는 드디어 net profit을 낼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높았는데 오늘 layoff를 단행하는 것을 보면 4Q 실적도 기대이하가 될 것 같다. 오늘은 용케 살아 남았지만 향후 회사 실적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또 layoff를 단행할 것 같다. 컨트롤 할 수 없는 외부요인에 신경 써봐야 정신력 소모만 된다는 걸 알지만 투자자들의 요구에 action을 취해야 하는 경영진들의 입장도 짧게 경험을 해본 만큼 향후 실적이 안나오면 layoff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종류의 다른 압박이 생길 것 같다. 과거 경험을 비추어 볼 때 한분야에 익숙해 질 때까지 약 3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현재 내가 하고 있는 traffic engineering 또한 적어도 3년은 일하면서 익히고 싶기에 팀장님의 요구에 따라 output을 확실히 내고 기록하고 증명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