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Different Strategy
적응의 시간
9월 15일 시애틀 도착 후 2주 가량이 흘렀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 서부지역 산불 영향으로 계속 흐리고 탁한 공기만 마시다가 지난 주 금요일(18일)부터 비가 내리면서 맑은 하늘을 보게 되었다. 또한 개학이 다가오면서 UW 캠퍼스 내 거리에서도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로 원래의 캠퍼스 모습은 찾기 어렵겠지만 캠퍼스 내 활기가 느껴지는 것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UW 캠퍼스 내 분수대 전경, 앞에 UW에서 가장 잘 나가는 컴공학부 건물이 보인다.
UW 미식축구 스타디움인 Husky Stadium 앞 전경, 학교를 상징하는 허스키가 동상으로 세워져 있다.
UW Seattle 캠퍼스는 남쪽과 동쪽이 큰 강으로 둘러싸여 있다. 캠퍼스 어딘가에서 Portage Bay를 찍어 보았다.
Seattle Aquarium 주변에서 다운타운 쪽을 바라본 풍경
Seattle Aquarium 주변 모습
시애틀 도착 후 시차 문제에다 며칠간 이불, 배게까지 없어서 잠을 푹 자지 못했다. 아마존은 판매자가 다르더라도 내가 주문한 상품들을 한번에 모아 배송하는 옵션이 있는데 조금 늦게 오는 불편함은 있지만 쓰레기가 줄고 택배를 받는 Lander Hall Desk를 한번만 가서 좋았다. 주문한지 일주일만에 이불과 스탠드가 도착하였다. 기쁜 마음에 택배를 뜯었는데 이불 세트에 배게 속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 배게를 다시 주문해야 했다. 그리고 내가 사는 기숙사 방의 불이 너무 어두워 밤에는 정말 아무것도 못할 지경이어서 책상 스탠드와 함께 방을 밝게 비추는 스탠드가 필요했다. 아마존에서 두 상품을 따로 찾다가 내가 원하는 두가지 기능이 모두 포함된 스탠드를 발견하였고 가격도 49불로 저렴해서 구입했는데 결과적으로 매우 좋은 선택이었다.
스탠드 제조사에 무한한 칭찬을 보낸다.
학교에서 Welcome Kit을 보내 주었는데 스타벅스의 본고장 답게 스벅 텀블러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학교 캠퍼스에서는 스벅 트럭이 와서 영업을 하고 있었는데 커피 한잔 사면 10달러가 포함된 스벅 기프트카드를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렇게 서서히 스벅 노예가 되어가나보다.
Welcome Kit의 알찬 구성은 스벅 텀블러가 다한 듯하다.
끝없이 이어지는 Info Session과 Online Orientation
9월 21일부터 개학을 앞두고 Info Session 및 학과 오리엔테이션이 진행되었다. 시애틀에서는 5명 이상의 단체 모임은 금지가 되어 있어 모든 세션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학과 오리엔테이션은 무려 5시간씩 2번이나 진행되었다. 첫째날에는 plagiarism, diversity, team work 등 나에겐 다소 생소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시간을 가졌는데 난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는 스스로의 인식으로 인해 최대한 조용히 그리고 피동적으로 임했는데 오리엔테이션이 끝나니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고 지친 느낌을 받았다. 저녁에 혼자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의 영어실력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들도 없고 소극적으로 있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에 자세를 바꿔야 할 것 같다.
둘째날 오리엔테이션에는 specialization별 소개가 진행되었는데 어제보다는 마음이 좀 더 편했다. 궁금한 내용들 적극적으로 질문하였고 온라인 상이긴 하나 나름 괜찮은 class mate도 발견한 것 같다. 너무 잘하려고 하는 것보단 힘을 조금 빼고 try and error 방식으로 접근하는 편이 더 효과적임을 깨달았다. 소통의 기회를 많이 가진다면 영어실력도 점차 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열심히 Info Session을 찾아 듣다보니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교수님도 소개를 받았다. UW Information School의 Associate Dean for Academics라는 명함을 가진 Matthew Saxton 교수님인데 여름에 한국으로의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다면서 한번 연락을 취해보라는 제안을 받았다. 연락은 취하긴 해야 할텐데 Saxton 교수님에 대한 정보가 없어 구글링과 유투브를 조금 찾아보았다. 특히 2016년에 성균관대에서 했던 세미나가 유투브에 올라와 있었는데 내용이 상당히 재밌었다. 아직은 졸업 후 박사보다는 취업을 더 염두에 두고 있긴 하나 재밌는 연구분야가 생긴다면 박사할 마음도 있어서 다음주에 Saxton 교수님과 office hours를 가질 예정이다.
2016년 성대에서 진행된 Matthew Saxton 교수님 강의
나의 Master를 만나다
한국에서 있는동안 영어 스피치 능력을 배양하는 비영리 단체인 토스트마스터즈를 다녔는데 그곳에서 모 대학교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분과 점차 친해지면서 내가 시애틀에 유학가게 되었다는 것을 말씀드렸는데 그분이 본인의 쌍둥이 동생이 시애틀 내 모 대학에서 컴공학부 학장을 맡고 있으니 가면 만나보라고 추천해주셨다. 지난 주에 학장님의 연락처를 받아 약 20분간 전화통화를 하였는데, 직접 만나지 않았음에도 시애틀 바닥에서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99의 경험치를 쌓은 고수임이 느껴졌다. 학장님은 나에게 일주일의 시간을 줄테니 조기졸업 플랜과 가고싶은 회사의 직책을 세가지를 고르고 해당 job을 가지기 위해 요구되는 qualifications을 찾아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지난 일주일간 숙제를 위해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tech 회사들의 채용공고 페이지에 들어가 job searching을 해보았는데 놀라운 것은 각 회사마다 현재 시애틀 지역에서 채용 중인 엔지니어 포지션만 1천개가 넘는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은 즉시 전력감만 골라서 뽑기에 아무나 뽑지 않겠지만 현재 오픈 포지션만 회사당 1천개가 넘는다는 것에 너무 놀랐다. 세개 회사의 qualifications의 공통분모는 컴퓨터공학 학위와 개발자로서 업무 경험이었다. 그리고 Data Scientist 혹은 Data Engineer 직군은 통계, 수학 등의 학위와 SQL 숙련도를 공통적으로 요구했다. 난 저 공통분모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아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qualifications을 조사한 덕분에 내가 부족한 역량에 맞춰 수업과목을 짤 수 있었다.
숙제 완성 후 오늘 Sam 학장님을 드디어 뵈었다. 커피숍에서 만났는데 자신의 TA 4명을 나에게 소개시켜 주셨는데 자신의 TA들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 그리고 현지 네트워크가 하나도 없는 나를 배려하여 이들과 친해지도록 학장님의 배려가 느껴졌다. TA들과 약 30분간 이야기를 나눈 후 학장님과 단독으로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먹게 되었는데 시애틀에서 살아남기 위한 많은 조언과 변화하는 세상에 대한 통찰력을 들을 수 있었다. 그중 몇가지만 정리해보자면…
- 나보다 강한 경쟁자와 같은 전략으로는 경쟁자를 이길 수 없다. 취업경쟁 시 그들과 다른 전략을 고민하라(예, 징기스칸의 조랑말).
- 배워서 남줘야 한다. 남에게 value를 주면 그 사람은 나에게 money를 준다.
- 이해관계가 없을 때 적극적으로 네트워킹을 해야한다. 그래야 이해관계가 생겼을 때 도와준다. 필요할 때만 네트워킹하면 give and take 관계가 되어버리고 먼저 give해야 take가 가능하다.
- 지금부터 나의 깃허브, 링크드인, 웹페이지 관리를 하라. 프로들은 남들이 뽑아가지 뽑아달라고 하지 않는다.
- 취준생에서 벗어나 경영자가 되어야 취업도 가능하다. 시야가 다르면 면접에서 대답도 달라진다.
위 내용들 중 상당수는 경영서적에 이미 소개된 뻔한 내용이긴 하나 Sam 학장님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이라 받아들이는 느낌이 달랐다. 초면인데도 진심으로 대해주시고 개발자 이력이 없는 나에게 이력 쌓는 팁도 알려주셔서 매우 고마웠다. 오늘의 조언이 조언에만 머물지 않도록 실행하고 도전해야겠다.
Sam 학장님과 한컷. 기억에 남을만한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