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1 AM KTX를 타고 대구에서 서울역으로

전날 밤엔 잠을 잘 못잤다. 짐을 거의 다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짐을 정리할수록 챙겨야 할 것들이 생각나서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잠든 것 같다. 짐은 23kg 캐리어 하나, 기내에 들어갈만한 사이즈 캐리어 하나, 가방 하나로 최대한 줄였다.


떠나기전 가족들과 한 컷

집에서 떠나기 전 가족 사진 한장


조카의 졸린 표정

내가 떠나는 걸 눈치챈 조카의 슬픈 표정이라고 쓰고 싶으나 실제는 졸려서 자고 싶은 표정


11:50 AM 서울역에서 인천공항 가는 도중의 서프라이즈

코로나로 인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리무진 공항버스와 직행 공항철도의 운영이 일시중단 되어 어쩔 수 없이 모든 지하철 역을 거치는 공항철도 완행 지하철을 타야 했다. 지하철을 타고 인천공항을 향하던 도중 대한항공에서 근무하는 한얼이가 생각나 통화하게 되었는데, 김포공항에서 점심 번개를 제안하여 흔쾌히 응했다. 한얼이란 친구는 10여년 전 내가 있던 북경대로 교환 온 학생인데 내 동기 중국 여자애인 양징이란 친구와 결혼하여 지금 한국에서 살고 있다. 한얼-양징 커플은 내가 처음 소개해주기도 했고 둘다 너무 좋은 친구들이라 만날 때마다 너무 반가운 친구들이다.


한얼이와 점심 식사

김포공항 롯데몰에서 한얼님과 즐거운 점심, 2010년도에 처음 만났던 것 같은데 벌써 10년이란 세월이 흘렀구나...


점심 메뉴는 짜장면으로 정했다. 독일에 있는 형이 종종 자장면 사진을 올리는 것을 볼 때 자장면이야말로 외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강렬한 맛이 아닌가 싶어 마지막 식사 메뉴로 선택했다. 유린기 세트를 시켰는데 선택은 완벽했다. 한얼과 그간 못했던 이야기들 나누어서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졌다.


02:20 PM 인천공항 도착과 기다림

한얼과 헤어지고 다시 인천공항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가는 도중 생각나는 지인들께 전화로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고마웠고 미국에서 재밌게 살아야겠단 다짐을 다시 한번 했다. 전화를 돌리다보니 벌써 인천공항에 도착해 있었다.


코로나로 휑한 인천공항

코로나로 인해 인천공항은 매우 휑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출국심사는 매우 빠르게 끝낼 수 있어 좋았다. 모든 사건에는 pros and cons가 동시에 존재한다라는 것을 다시 실감했다.


출국 심사를 끝내고 231번 탑승구 앞에서 출발시각인 오후 4시 40분까지 기다렸다. UW 석박과정 단톡방에서 만난 친구와 같이 나가기로 해서 그 친구를 기다렸다. 이 친구는 UX design을 배우는 Human Centered Design & Engineering 과정에 합격한 친구였는데 UX design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홈페이지 만들면서 디자인이 가장 힘들었다) 만나면 나눌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30분 정도 기다리니 도착했는데 장갑에다 얼굴 보호 필름을 쓰고 나타나서 살짝 당황했다 ㅎㅎ.


4:40 PM 시애틀로 출발


KE019 편 출발 전

인천공항에서 출발 전 모습


시애틀로 향하는 KE019편 대한항공기가 마침내 이륙했다. 코로나로 인해 내 옆칸은 좌석이 비어 있었다. 사람이 많지 않으니 이코노미 석도 나름 편했다. ㅎㅎ 밤시간이 되자 빈좌석 위에서 누워서 주무시는 분들도 하나둘씩 생겼고, 화장실도 원하는 시간에 편하게 이용했다. 난 전날 밤 5시간도 못잤음에도 비행기 안에서는 잠이 오질 않았고, 결국 도착할 때까지 한숨도 안잤다. 10시간 동안 영화 세편을 봤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조커였다. 조커의 인상이 너무 강렬해 나머지 두 영화는 잊혀질 정도였다. 주인공인 조커가 현 사회에 대한 반항심을 가지는 과정, 그 반향심이 사회불안과 폭동을 야기하는 과정이 매우 그럴싸했고, 특히 총 소지가 가능한 미국에서는 유사 폭동이 일어날 수 있겠단 생각이 들면서, 잠시 미국으로 유학가는 나의 선택이 맞나 의심이 들면서 살짝 불안해졌다. 물론 그 불안감은 학교 캠퍼스에 도착하면서 사그라들었다.


11:00 AM(PDT) 시애틀 타코마 공항 도착과 함께 학교로 이동


시애틀 타코마 공항 첫 인상

시애틀 타코마 공항 도착 모습, 도시가 온통 회색 빛이다.


10시간 가량의 비행을 거쳐 드디어 시애틀 타코마 공항에 도착했다. 다만 시애틀의 첫인상은 사진이나 영상에서 보는 맑은 하늘이 아닌 회색 도시라 조금 아쉬웠다. 한국 토지 면적의 20% 가량에 해당하는 산림이 소실될 정도로 역대급 규모의 서부지역 산불 영향 때문에 대기질이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안좋다고 한다. 2000년대 후반 내가 경험한 북경도 당시에 대기질이 너무 안좋았는데 당시엔 대기에 화학물질까지 섞여서 밖에 나가면 주유소 냄새같은 휘발성 화학품 냄새가 났는데 여긴 적어도 화학물질 냄새는 안나서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 했다. 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심사 라인에 서자 드디어 내가 미국에 왔구나라는 실감이 났다. 입국심사대에서 전공과 수학기간 등의 질문을 받았고 어렵지 않게 통과했다. 짐도 나름 빠르게 찾았는데 우버 타는 장소를 못찾아서 약간 해맸다. 아무래도 우버도 처음 사용해보고 시애틀 공항도 처음이다보니 시행착오를 많이 거칠 수 밖에 없었다. 우버를 타고 30분 가량 시애틀 시내를 달리면서 구경했는데 생각보다 도로도 넓고 차도 많았다. 내 상상 속의 시애틀은 작고 아기자기한 도시였는데 실제로는 매우 큰 도시란 생각이 들었다.


01:30 PM(PDT) 기숙사 도착

12시 반 정도 되어서 드디어 학교 캠퍼스에 도착했다. 학교 캠퍼스는 깔끔하고 잘 정리된 모습이었다. 숲이 많아서 그런지 다람쥐가 도로를 활보하기도 했다. 며칠 전에 시골에서 밤을 주웠던 것이 생각났는데 캠퍼스 도로 여기저기에 도토리 혹은 밤 열매가 꽤 많이 보였다. 그 다음날 돌아다녀보니 캠퍼스 분수 주변에는 공작새들도 살고 있었다. 그만큼 캠퍼스가 친환경적인가보다.


캠퍼스 안에 동물들이 있다.

캠퍼스 내에 살고 있는 공작새들


Lander Hall에서 신분확인 후 키를 받고 300m 떨어진 Mecer Court라는 기숙사에 도착했다. 300m는 가까운 거리임에도 짐을 밀고 가보니 꽤 멀게 느껴졌다. 기숙사에 도착했으나 출입문을 못찾아서 10분 허비하고, 출입카드가 없다는 걸 깨닫고 또 5분가량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른 친구의 도움으로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Mercer Court D동 출입문

1년 동안 나의 숙소인 Mercer Court D동의 출입문, 기숙사가 강 앞에 위치해 있어 (산불만 사라지면) 경치가 매우 좋을 듯 하다.


내가 신청한 기숙사는 4인 1실로 남자 둘, 여자 둘이 산다. 거실만 4명이 공유하고 화장실은 2개, 그리고 개인방은 따로 있다. 처음 들어갔을 때 개인 방이 조금 좁아 보였으나 3~4일 살아보니 좁은 느낌이 사라졌다. 그리고 주방을 겸한 거실이 넓어 기숙사 내에 오래 있어도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기숙사 첫모습

내 방 첫모습. 침대가 한가운데에 있어서 좁아 보였던 것 같다.


기숙사 모습

문 옆에 있는 수납공간, 나름 활용성을 생각하여 잘 설계한 것 같다.


03:30 PM(PDT) 은행계좌 만들기

기숙사에 도착해서 캘리포니아 출신 룸메와 이야기를 살짝 나눴다. 영어는 native인데 부모님과 전화통화할 때 광동어를 쓰는 걸 보니 홍콩이나 광동지역 이민 2세로 추정된다. 짧게 대화하긴 했지만 성격이 매우 좋아보인다. 좋은 룸메를 만나는 건 정말 행운이다. 짐을 풀고 샤워를 끝낸 후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Chase bank에 가서 은행계좌를 만들었다. Chase에서 계좌를 만들며 느낀 점은 미국 은행들은 매우 수탈적이라는 것인다. 통장에 일정 이상의 금액을 유지하지 않으면 월 12달러의 사용료를 내야하는 점, 해외송금시 50달러의 무지막지한 수수료를 부과하는 점, 이에 더햐여 해외계좌에서 Chase 계좌로 입금 받을 때도 15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점은 다소 과도하단 생각이다.


04:30 PM(PDT) H mart, Costco, Target에서 쇼핑

미래에셋에서 근무할 때 알게 된 OO증권의 과장님 한분이 UW MBA 학생으로 계시는데 그분의 차를 빌려 타고 대형 수퍼마켓에 들려 당장 필요한 물건들을 샀다. 사실 기숙사에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잠을 안잤더니 정신이 살짝 혼미하여 필요한 물건들을 다 사진 못했지만, 그래도 며칠동안 먹을 수 있는 음식과 물건들을 사지 않았다면 굉장히 힘든 나날을 보냈을 것 같다. 다음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셔야 하는 빡센 상황에서도 호의를 베풀어 주셔서 매우 감사하다.


마치며(미국에 도착한 소감)

만 하루동안 시애틀을 돌아다니며 느낀 점은 동양계 이민자가 많아서 그런지 사람들이 서투른 영어를 들어도 끝까지 듣고 차분히 설명해준다는 점이다. 2014년 뉴욕에 출장갔을 때의 경험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에는 나의 표현이 서툴거나 대답을 못알아 들으면 상대방이 상당히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는데 여기 사람들은 그렇진 않았다. 나의 경험이 남들에게 무심함을 표현하는 Seattle Freeze일수도 있겠으나 적어도 화를 내지 않는 부분은 좋은 것 같다. 또한 거리에 homeless가 종종 보였는데 아마존을 중심으로 시애틀 내 IT 기업들이 크게 성장하면서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격언에 따라 최근 몇년간 주변지역의 homeless들이 시애틀로 몰려왔다고 한다. 그들이 일반인들을 위협하진 않는다는 점은 다행이다. 또한 코로나 시국에도 Tech 쪽은 취업이 잘되는 편이란 점도 안심하게 만드는 요소이다. 졸업후 OPT 기간인 3년 정도는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공부뿐만 아니라 취업 준비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시애틀 도착 후 행정적인 일과 시차적응 때문에 홈페이지 관리에 소홀했다. 오늘부터 학교생활 중심으로 여러 이야기를 채워 넣을 생각이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길~!


학교 분수대 앞

University of Washington의 Drumheller Fountain 앞에서 학교 마실 나온 아재 컷